근대미술에서 앵포르멜, 1960년대 아방가르드 미술로 넘어오는 한국미술사의 과정은 무척이나 급격하게 이루어져 왔던 것 같습니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한국문화에 적용하고, 새롭게 탄생시켜 가는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1960년대 후반 한국 미술계에서 큰 자리매김을 하게 되는 행위예술의 시작, 시대 구분,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행위예술 한국미술사 1960년대 후반
행위예술의 시작
유럽의 앵포르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의 시대를 넘어가며 작가들은 그림 그 자체뿐만 아니라 미술 작업을 하는 행위 그 자체를 강조하게 됩니다. 그리고 행위 그 자체를 예술행위로 자리매김합니다. 지금도 이와 같은 퍼포먼스의 현장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연극과 미술의 경계선이 사라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대변혁은 철학과 사상, 사회, 경제 전 분야에 걸쳐 급변기를 맞이했던 1960년대 시작됩니다.
독창적인 한국 행위예술의 탄생
한국의 초기 행위예술은 그 시작이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당시 한국의 예술가들은 외국 특히 미국의 예술 관련 잡지들을 통해 행위예술이라는 것이 시작되었고, '해프닝'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는 것은 알았지만, 잡지만으로는 그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행위예술이라는 게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보 부족 상황에 한국의 예술가들은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 각자 해석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1960년대 중후반 독재정권 하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정들을 행위예술이라는 방법론을 이용해 독창적으로 창조해 갑니다. 통신기술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고, 덕분에 한국만의 독창성이 만들어집니다.
행위예술의 시대 구분
행위예술은 시대에 따라 구분 지을 수 있는데 1960년대 후반 등장한 초기의 행위예술을 '해프닝'이라 지칭했던 것과 구별하여 1970년대 중후반의 행위예술은 '이벤트'로 지칭합니다. 한국의 행위예술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이를 체제전복적인 행위로 규정한 독재정권에 의해 억압당하게 되었고, 행위예술가들은 또 다른 방법들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행동의 드라마' 시기라고 합니다. 1994년부터 오늘날까지의 시기는 '행위-변주'의 시기로 이름 짓습니다. 이러한 역사 속에 한국 행위 예술계의 거장 백남준이 등장하게 됩니다.
1960년대 후반 한국 행위예술의 대표 작가, 작품
대표적인 작가로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성능경, 이강소, 김구림, 이건용, 이승택 등이 있으며, 대표적인 작품으로 <가두시위>(1967),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1967), <한강변의 타살>(1968), <기성 문화의 장례식>(1970) 등이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1967년 한국 최초의 행위예술을 만나게 됩니다. 서울 중앙공보관 앞에서 한 여성이 우산을 쓰고 앉아있습니다. 그 여성 주위로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다가오더니 여성 주위를 빙빙 돕니다. 그리고 노래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부릅니다. 그러더니 우산을 찢습니다. 이는 오광수가 기획한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행위예술, '퍼포먼스'입니다.
1968년엔 정강자가 음악다방에서 <투명 풍선과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이 퍼포먼스는 토플리스만 입은 정강자의 몸에 풍선을 붙입니다. 군부독재 시대 한국사회로선 정말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은 퇴폐니 불온이니 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 문화계는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각 방면에서 혁신적이고, 급진적이며, 다양한 문화활동들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독재정권의 탄압은 계속되었지만 1960년대 후반, 처음 행위예술을 받아들일 때 한국적 스타일로 만들어갔던 것처럼 다양한 예술활동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지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댓글